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가는구나.
아침부터 간신히 일어나서 피로가 덜 풀린 몸으로 준비하고
안칠하면 지저분한 머리에 왁스칠까지 하고 (귀찮아)
아침식사는 제끼고 미숫가루 한잔 들이키고
늦을까봐 허겁지겁 집을 나오면,
버스비도 아껴야 하고 운동도 할 겸 산을 넘어가지.
우리집이 그나마 산 중턱쯤 되기 때문에, 산을 오르기는 크게 힘들지는 않아.
집에서 버스타는 곳까지 약간 빠른 걸음으로 20분.
아침에 준비하다 조금 늦을것 같으면 산을 아주 빠르게 넘어야 하는데,
산을 10분 안에 넘어가야 버스타는 곳까지 도착할 수 있어.
조금 늦으면 산길을 달려야 해.
운동을 많이 안했더니만, 산속을 달리면 엄청나게 숨이 가빠.
그 와중에도 빼놓지 않고 하는게 하나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문자를 쓰는 것.
산 넘어가기 시작할때 문자를 쓰기 시작하면, 산 넘어가서야 문자 하나를 다 써.
빨리 가야하고 산길이라 길 보면서 쓰면 그렇게 되더라구.
답장도 안 오겠지만, 그래도 보내지 않으면 시원치가 않아.
산 넘어서 시내에 나오면 또 꽤나 걸어야 버스스탑이 있어.
어쩌다 보면 그때까지도 문자를 쓰고 있는데, 그렇게 문자 하나를 보내고 나면
혹시나 답장 올까봐, 진동 왔는데 버스라서 못 알아챌까봐
핸드폰을 손에 든 채로 출근하지.
결국 도서관에 와서야 주머니에 넣어.
그러면 아침 일과를 시작해. 그때가 한 8시 50분쯤 될거야.
집에서부터 들고 온 신문을 분류해서 행정실, 학장실로 나누고,
복무상황부에 내 싸인을 적어서 신문과 같이 3층 행정실로 날르고,
거기서 도서관으로 온 우편물을 한 아름 가지고 내려오면
도서관에서 우편물을 정리해.
잡지, 신문, 요금청구서, 책 홍보, 관보, 잘못 온 우편물 등등등
우편물을 다 뜯고 다 분류해서 제 위치에 갔다 꽂아두고 나면
그때가 한 10시쯤 돼.
오늘은 추천도서목록 100권을 선정하라네.
리스트를 뽑았지.
그러다가 점심시간이 되어서, 점심을 먹으러 가야 하는데, 이노무 근로학생이 안 오는거야.
도서관 자리를 비웠다고 어제 교무실 담당 선생님 두분한테 전부 된통 깨졌거든.
자리 비우지 말고, 다른 일 하지말라고.
어쨋든 다른 공익들이 봐줘서 늦게늦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는데,
늦게 가니까, 반찬이 말이 아니더군.
그래서 건데기 하나도 없는 국물뿐인 부대찌개를 먹어야 했어.
정말 기운이 하나도 안 나서, 간신히 점심 문자 보내고 지쳐서 우물우물 하고 있는데,
점심에는 답장을 받았어. 바보탱이라 그 문자 받고는 좀 기운이 나더군. 허헛.
그렇게 점심을 먹자마자 도서관에서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연세대, 그리고 원래 있던 교양도서목록까지
다 싸그리 뽑아내서 도서관에 있는 책들 중에서 추천도서를 100권을 선정했어.
와중에 옥션에 올린 내 물품이랑, 내 블로그에 댓글 있나 확인하고, RDC들어갔더니
사랑하는 자기가 있길래 이야길 조금 하고.. 너무나 담배가 신경쓰여서 이야길 꺼냈다가
뼈도 못 추릴 뻔 했지만... 공부를 잘 하고 있을거라고 믿고 그만 나왔지.
내사랑이 사서 고생할라기에, 몇가지 대책을 써주고;;; 내사랑은 그게 맘에 안 들겠지?
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데 계속 노는줄 안다고, 너무 잔소리 많이 한다고 하겠지.
추천도서를 뽑는데, 너무 어려워도 안되고, 너무 흥미워주여도 안된다고,, 상관이 날 갈궈.
그래서 100권을 다 뽑아서 도서관 전산시스템에서 책이 있는 걸 확인하고 올렸더니,
이번엔 그 책을 다 찾아내래. 그게 오후 3시.
내가 뽑은 도서리스트를 들고, 책을 꺼내면 꽃아둘 이동식 책꽃이를 끌고,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메시지를 프린트해서 사무실 앞에 두고
그렇게 광활한 도서관에서 100권의 책을 찾고있었지.
전화가 오거나 책빌리러 오거나 피씨방 이용한답시고 오면 달려가야 했어.
책을 찾으려면 아주 대략적인 분류만 되어있고, 장기보존도서는 분류도 제대로 안 되어있는
쓸데없는 책만 드럽게 많은 도서관의 비좁은 책장 사이로
내 키보다 높은데서부터, 내 신발 높이까지, 모든 책의 제목을 하나하나 읽어서 찾아내야 하는데
말이 100권이지, 100권 다 쌓으면 어지간한 책장 4칸은 먹어.
내가 선정했으니 책의 제목들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어서, 절반 이상을 찾아냈어.
너무너무 많아서, 정리도 안되어 있고 먼지쌓여있고 자리도 좁은데서
6시까지 책만 뒤졌어.
기침과 콧물까지 나더군.
책장을 손으로 레버를 돌려서 이동시켜야 하는 장기보존서고까지
싸그리 다 뒤졌어.
그랬더니 목이 저리고 혈압이 올랐다 내렸다 해서 어지럽고
머리로 피가 쏠리는지, 두통까지 생겼어.
중간에 상관이 또 와서 피씨방에서 프린터도 쓸 수 있다고 안내문을 작성해서 붙이라더군.
힘들어 죽을것 같아서 무시해버렸어. 다음주에 해도 되니까.
책장을 다 뒤지고 나왔더니 집에 갈 시간이 가깝더군...
시청각실에서 저녁 7시마다 영화를 상영해 주는데, 그것도 내가 관리를 해야 해서,
시청각실에서 영화를 상영할 준비를 해 두고 나와서 야간근로학생이 왔기에
도서관을 맡기고 퇴근했지.
대학 셔틀버스를 타고 퇴근하는데, 옆자리에 옆 사무실 선생님이 타셨어.
담배를 얼마나 피우셨나, 담배냄새나서 머리아파 죽을것 같았어.
담배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아.
버스안에서 또 사랑하는 달링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한의원에 나왔더니, 아빠가 목이 너무 아프다고 주물러달래서
스포츠마사지 안마테크닉도 익혔겠다, 힘껏 주물러 드렸지.
내가 다 쓰러질것 같았어.
그랬더니 이번엔 아빠가 나보고 침을 놔달래. 아빠가 위치를 잡아줄테니 나보고 놔달래.
좀 무서웠지만, 안전하다는 아빠 말 믿고 침을 놨지.
아무튼 그랬더니 너무 고맙다고 뭐먹고싶냐길래
오랜만에 김치만두를 먹고싶어져서 만두를 사러 갔어.
햐, 내 체중은 계속 줄어들더군. 군대가기 전 72키로였는데, (그나마 이게 간신히 정상체중 나왔을 때)
지금은 옷 다 껴입고도 67.5키로 나가더군. 맨몸이라면 66~67쯤 나오겠지.
이러다 기흉 재발하는 거 아닌가 걱정도 될 만큼 체중이 안 오르더군.
지금 체중은 내 키에 비해 체중미달이야. 후우... 힘이 안나.
내 사랑하는 달링은 공부에만 집중해줬으면 좋겠어서 나도 최대한 방해 안되게 노력중인데
정작 그녀 자신은 컴퓨터를 켜두고 공부를 하는 여유를 보이더군.
잘 하고 있다고 믿는 수밖에 없겠지.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
앞으로 계속 이런식의 날만 계속된다면
난 쓰러져버릴지도 몰라. 너무 힘들어.
아, 또 머리에 피쏠려서 머리아프다.
그만 써야지.

이렇게 또 하루가 쓸모없이 지나가는구나.
힘들다.

그래도 내가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이 힘든 하루가 지나면
그만큼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볼 날이 가까워져.
단지 그것 하나만으로...


그녀가 없다면

... 진짜 죽을지도

Posted by Ciel N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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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08호 2008/03/29 2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넘 길다야 - _-

    • CielNoir 2008/03/30 1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루하루 이렇게 길게 살아가고 있어욜 =ㅁ=
      진짜, 하루하루가 고단해.
      요즘엔 돈까지 바닥나서 ㄷㄷㄷㄷ

  2. 서사 2009/02/28 17: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니까 살좀 찌우셈.